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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유리의 성

by 미스오션 2012. 4. 21.

감 독 : 장완정
주 연 : 여명, 서기
장 르 : 멜로, 드라마
상영시간 : 109분
개봉일 : 1999-01-23 (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출연 : 여명, 서기
줄거리 - 새 해를 몇 분 앞둔 1996년의 마지막 날, 떠들썩한 런던 거리를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전복되면서 차안에 있던 두 남녀 '허항생'과 '연루'는 서로를 껴안은 채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 소식을 접한 두 사람의 아들 '데이빗'과 딸 '수지'가 장례를 치르기 위해 런던으로 온다. 함께 죽었지만 허항생은 미국에, 연루는 홍콩에 각각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홍콩에 함께 지내던 집이 있었고, 그 집을 정리하면서 수지와 데이빗은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긴 이루지 못한 애틋한 추억들과 만나게 된다. 20여년전 홍콩 대학교, 남학생들이 여학생 기숙사의 종을 뺏으러 가던 날, 쏟아지는 물줄기를 뚫고 종을 들어올리던 '허항생'은 환한 미소를 터뜨리던 긴 머리의 여학생 '연루'를 만난다. 사랑의 시작. 그리고 어둠이 내린 교정에서의 첫 키스. 첫 눈에 서로에게 빠져든 사랑은 점점 깊어만 갔다. 하지만 사라의 시간도 잠시. 항생은 학내 시위로 체포돼 경찰서에 끌려가고, 면회를 간 연루는 그에게 작은 녹음기를 선물한다. 그련가 부른 'Try to Remember'과 녹음된 테잎과 함께. 그 사건은 항생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유학을 결심한 항생은 파리로 떠난다. 연루는 홍콩에서 항생은 파리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전화로 사랑을 확인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바쁜 일상 속에 사랑은 서서히 멀어져 간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중국 반환을 앞두고 있는 홍콩의 중국어 학원에서 항생과 연루는 우연히 다시 만난다. 항생이 자주 들르는 카페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 남편이 된 그들은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서로 꺼내지 못한다. 그 때 카페 주인인 친구의 요청으로 항생은 그가 즐겨 불렀던 노래르 연루에게 들려준다. 'Try to Remember'. 연루가 항생에게 불러준 그 노래였고, 두 사람은 사랑했던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 날 이후 항생은 연루를 잊지 못해 그녀의 집 앞을 서성이고, 연루는 항생에게 전화를 걸지만 그의 목소리가 들리면 어떤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연루의 창문을 바라보던 항생은 20년 전 그가 연루에게 만들어준 자신의 손모양 조각상을 발견한다. 망설임의 시간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두 삶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는데...


누구나 가슴 한켠에 묻어 두었던 사랑
'유리의 성'… 사랑이란 정말 유리와 같다. 아름답고 깨끗하지만 깨지기 쉽고 그 수많은 파편들은 가슴깊이 상처를 내어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더욱이 첫사랑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켠에 이런 흔적들을 묻고 산다. 그리고 그 흔적들로 인해 아파하고 혹은 지탱한다. 영화 '유리의 성'은 이런 옛 추억들을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내어 다시 한번 되새이게 한다. 우리에게는 '가을날의 동화'로 잘 알려진 '장완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마 위에 곱게 내려앉은 머리카락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여명'과 순수한 미소가 아름다운 '서기'가 옛 추억의 주인공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진실한 홍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야경 뒤에 감춰져 있는 홍콩의 아픈 역사들을 두 남녀의 사랑으로 표현하고 있다. 푸른빛이 감도는 싱그러운 그들의 사랑 뒤에 도사리는 이별의 아픈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처럼… 1997년 홍콩반환이라는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시간 속에서 어쩌면 영국과 홍콩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한 것인지 모른다.
'유리의 성'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60년대의 홍콩과 90년대의 홍콩이 같은 시점에서 서로 교차되는 것이다. 혼란스러웠지만 영국의 색깔이 짙게 깔려있는 60년대의 서구적인 홍콩과 엄마의 품으로 돌아온 안정되고 활기찬 90년대의 홍콩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감미로운 홍콩의 야경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주제가 'Try to Remember'를 들으며 여명과 서기가 자전거를 타고 오르던 저녁 골목길을 거닐어 보고 싶은 한 조각의 추억 같은 영화 '유리의 성'으로 초대한다.


홍콩의 아름다운 밤하늘에 뿌려진 그들의 사랑

'1997년 새해를 몇 분 앞둔 시간, 영국의 런던브리지에 두 남녀를 태운 자동차가 질주한다. 그리고 새해를 알리는 폭주가 터지는 순간 그들의 차는 전복이 되고 두 남녀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안은 채 세상과의 작별을 고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들의 사연들… 화면은 'Try to Remember'의 노래와 걸맞게 과거로 향한다. 홍콩 대학에서 벌어진 축제. 두 사람은 이곳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그리고 풋풋한 4월의 사랑을 시작한다. '항생'(여명)과 '연루'(서기). 모두들 이들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고 헤어짐은 더더욱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60년대의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의 젊음은 이들에게 혁명이라는 과제를 던졌고 결국 이들은 희생물이 되어야 했다. 파리로 유학을 결심한 '항생'은 '연루'에게 믿음을 주고 떠나지만 세월은 조금씩 이들의 믿음을 삼켜가고 있었다. 시간이 어느덧 많이 흘렀다는 것을 변화된 홍콩의 건물들과 중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젠 추억이 됐을만한 그들의 사랑은 다시 홍콩에서 재회한다. 그리고 버려진 세월만큼 그들은 더욱 열정적인 사랑을 하게된다. 그러나 결국 함께 할 수 없음을 그들은 알고 있다. 그들로 인해 부인과 남편에게 상처를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연루'는 '항생'을 떠나고 그를 잊기 위해 '런던브리지'를 찾지만 또 한번 그들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 속에 빠져들고 만다. 다시 찾은 사랑에 행복한 두 사람은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길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뿐이었다.
이 영화는 이렇게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고 이들의 사랑을 풀어 가는 해결사들로 '항생'의 아들과 '연루'의 딸을 등장시킨다. 마치 '항생'과 '연루'의 못다 이룬 사랑을 그들의 분신들이 이어주기를 바라며…
그리고 한줌의 재가 된 이들의 흔적은 홍콩이 중국의 품에 안기는 날 아름다운 불꽃과 함께 밤하늘에 뿌려진다. 결국 그들은 하나가 된 것이다.
사랑하였으나 함께 일 수 없었던 모든 이들에게 받치고 싶은 영화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았던 홍콩의 야경은 과연 명불허전이다. 특히 빅토리아 항구 뒤로 세련된 건물들이 병풍처럼 쳐있는 모습은 첫날밤 새색시의 얼굴처럼 화사하기 그지없다. 사람들이 왜 홍콩의 야경을 제일로 치는지 알 것 같다.
이런 홍콩의 야경을 카메라의 앵글처럼 제대로 잡고 있는 곳으로 '셰라톤 호텔'의 '스카이 라운지'를 꼽을 수 있다. 아마도 그윽한 커피 향과 감미로운 음악이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이곳의 매상을 단단히 올려주는 걸작임에는 틀림없다. 또 리젠트 호텔의 산책로도 홍콩 야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는 여행자들로 인기가 높다.

갑자기 궁금증 하나가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홍콩을 중국에게 되돌려 주어야 했던 영국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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